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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건설된 아프리카의 작은 유럽

출처:빛과그림자의노래닷오알지   작성자:핫스팟   시간:2024-03-29 03:13:41

400년 전 건설된 아프리카의 작은 유럽

[나홀로 세계여행]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라이온스 헤드에 오르면 케이프타운의 해안 전망과 함께 도시의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에 도시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도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도시' 등 극찬이 쏟아지는 도시이다. 흑인 인구가 전체의 80%가 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일하게 흑인보다 백인이 많은 곳이다. 세계 모든 대륙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케이프타운은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아시아 무역의 전진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한 도시이다. 유럽을 출발한 배들은 케이프타운에서 물자를 보충하고 장거리 항해의 피로도 회복하면서 항해를 계속했다. 건설도 이용도 대부분 유럽인이었으니 아프리카에 있는 도시임에도 유럽보다 더 유럽 같은 도시가 된 것은 당연할 것이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케이프타운은 도시 전체가 관광지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볼거리, 즐길거리가 즐비하다. 케이프타운의 랜드마크인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 해발고도 1,085m의 정상은 고원같이 평평해서 마치 식탁처럼 보인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라고 알려져 있는 희망봉 앞으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사자머리처럼 보이는 '라이온스 헤드Lion's Head'로 오르는 길은 가장 멋진 케이프타운의 해안을 선물한다. 593m의 봉우리를 휘감고 돌아내려가는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Chapman's Peak Drive는 숨 막히는 세계적인 해안절경을 즐기며 달릴 수 있다. 이외에서 볼더스 해안Boulders Beach의 아프리카 펭귄, 후트베이 물개섬Hout Bay Seal Island, 캠스베이 비치CampsBayBeach, 넬슨 만델라Nelson Rolihlahla Mandela 전 대통령이 수감되었던 로벤 아일랜드 감옥으로 유명해진 로벤섬Robben Island, 세계 7대 식물원인 커스텐보시 국립식물원Kirstenbosch National Botanical Garden, 일몰이 아름다운 VA워터프론트Victoria & Alfred Waterfront 등이 있다.

아름다운 대서양을 따라 12사도봉이 백만장자들의 마을인 캠스베이를 감싸고 있다.
신들의 식탁,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을 감싸고 있는 테이블마운틴은 스위스의 비영리재단인 뉴세븐원더스The New7Wonders가 주관하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와 함께 뽑힌바 있다. 연간 9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산 정상은 수억 년 전 지각이 융기와 침식을 반복하면서 지층 위가 깎이고 평평해졌다. 둘레는 4km이고 양쪽 끝이 절벽이다.

서울 어디서도 남산이 보이는 것처럼 케이프타운 어디에서도 테이블마운틴이 보인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테이블마운틴 정상에 단 5분 만에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가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케이프타운과 광활한 대서양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렇게 멋진 조망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테이블마운틴 정상은 날씨 변화가 무척 심한 곳이라 오전에 맑았다가 오후에 구름이 끼는 날이 많다. 오전보다 오후가 케이블카 요금이 저렴한 이유가 바로 날씨 때문은 아닐까? 이곳을 찾은 관광객의 50% 정도에게만 멋진 조망이 허락된다고 한다.

케이블카는 1929년 개장 이후 2023년까지 무사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 케이블카 바닥이 360도 회전해서 어느 자리에 서 있어도 모든 조망을 다 볼 수 있으니 공평한 케이블카다.

희망봉에서 6㎞ 떨어진 케이프 포인트에 설치된 등대. 지금은 디아스 포인트에 설치한 등대에 역할을 내주고 역사적 기념물로만 남아 있다.
강풍 예고로 오후 케이블카 운행이 정지된 날이라 오전 일찍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케이프타운 시내는 맑고 화창한 날씨였음에도 정상에 도착하니 해안의 습기를 담은 바람이 테이블마운틴으로 오르며 구름으로 변하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정상 주변에 나지막하게 솟아 있는 12개의 봉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라는 의미로 '12사도봉'이라 부른다. 테이블마운틴의 애칭이 바로 '신들의 식탁'인 이유이다. 구름이 깔리는 날엔 예수님과 12사도가 테이블보를 깔고 만찬을 즐기는 중이라고 한다. 신들의 만찬 덕분에 정상에서 기대했던 멋진 조망이 열리지 않았다. 구름이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기를 기대하며 정상을 산책한다. 둘레가 4km나 되니 테이블마운틴 정상 산책에 1~2시간이 소요된다.

테이블마운틴 정상은 듣던 대로 평평한 고원이다. 바람과 함께 해무가 올라와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준 결과인지 마치 천상의 화원처럼 여러 가지 꽃들이 만발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화인 킹프로테아King Protea도 있다. 바위 사이에 핀 꽃들에게선 생명의 신비가 느껴진다.

곳곳에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 전망대가 있어서 다양한 포인터에서 케이프타운을 조망할 수 있다. 대서양이 펼쳐지고 라이온스 헤드, 월드컵 경기장, 워터프런트, 로벤섬까지 모두 장난감 모형처럼 보인다. 테이블마운틴 절벽 사이로는 라이온스 헤드가 참으로 늠름한 모습으로 서있다. 산책길엔 노란발 표시가 그려 있어서 길을 찾기가 쉽다. 데크로 만들어진 길도 있다. 인간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땅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데크길이다. 절벽 아래로는 테이블마운틴에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디아스가 폭풍을 만나 도착했던 희망봉. 희망봉 팻말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테이블마운틴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매클리어Maclear의 비컨Beacon에는 우면산의 소망탑과 비슷한 크기의 돌탑이 있다. 평평한 정상에도 불구하고 테이블마운틴은 높은 지점을 갖고 있다. 정상 고원 위로 20m 정도 솟아오른 언덕이다. 대부분의 정상 고원은 약 1,065m에 위치하며 매클리어 비컨 주변 지형은 최대 1,086m까지 솟아 있다. 토머스 매클리어Thomas Maclear는 케이프 왕립 천문학자로 1844년 자오선 측정으로 테이블마운틴의 가장 높은 지점을 표시하는 암석 봉화 건설을 감독했다.

구름은 바람과 함께 유랑하며 시야를 열었다 닫기를 반복한다. 이제 왔던 길을 돌아서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이동한다.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하니 마치 거짓말처럼 운무가 사라졌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대서양을 바라보니 자연의 위대함에 경외심이 느껴진다. 정상에서 보았던 'A gift to the Earth'라는 표현을 마음에 담는다.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 도로에 들어서면 바다 건너편으로 후트베이와 센티넬피크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원래 이름은 폭풍의 곶, 희망봉

희망봉은 케이프타운의 또 다른 랜드마크다. 1487년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가 아프리카 서해안 탐험을 하러 나섰다가 거센 바람과 폭풍으로 귀항하다가 닻을 내린 곳이 바로 희망봉이다. 그는 이곳을 '폭풍의 곶Cape of Storm'이라 불렀다. 9년 뒤 또 다른 탐험가 바스쿠 다 가마Vasco da Gama가 폭풍의 곶을 무사히 통과하고 유럽인 최초로 인도에 도착하자 포르투갈 왕 주앙 2세가 '희망의 곶Cape of Hope'으로 바꾸었다. 그들은 모두 이곳이 아프리카 최남단이라 믿었다. 실제 아프리카 최남단은 희망봉에서 160km 정도 더 내려간 아굴라스곶Cape Agulhas이다.

1857년 희망봉에서 6㎞ 떨어진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에 폭풍우가 심한 바닷길을 밝혀 주기 위해 등대를 세웠다. 지금은 디아스 포인트Dias Point에 설치한 등대에 역할을 내주고 역사적 기념물로만 남아 있다. 케이프 포인트는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바위 절벽. 공식적으로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인도양과 서쪽의 대서양이 만나는 곳이다. 지구의 반 바퀴를 항해한 영국 항해가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예찬한 곳이기도 하다.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에서는 후트베이의 파노라마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해발 249m의 케이프 포인트에는 푸니쿨라Funicular를 타면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내려서 등대까지는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을 받으며 누구나 계단을 올라야 한다. 등대에 서면 대서양과 인도양의 미묘한 바다색의 차이도 느낄 수 있다. 푸니쿨라를 타고 왕복하면 편하겠지만 희망봉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케이프 포인트에서 등대를 거쳐 희망봉까지 하이킹하기로 했다. 마침 모노레일도 운영하지 않아서 걸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등대에 오르니 엄청난 바람이 몰아친다. 아마도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면서 바다만 몸부림을 치는 게 아닌가보다. 망망대해라는 단어가 이렇게 실감이 드는 곳이 있을까?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이 어렵다.

등대에서 희망봉 표지판까지 가는 길은 1시간 정도의 산책길이다. 천천히 바다를 보며 희망봉까지 내려가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체감해 본다. 거대한 암봉 곁으로 연결된 산책길은 깎아지른 붉은 절벽이고, 그 아래는 파도가 포효를 한다. 아마 디아스가 도착했던 날에도 이렇게 바람이 불어서 '태풍의 곶'이라 이름 붙였으리라.

테이블마운틴의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정상. 돌 틈 사이로 천상의 화원처럼 꽃들이 만발하고 있다.
해안가 절벽 아래의 디아스해변에는 수영을 하는 사람도 눈에 뜨인다. 거센 바람 덕분에 무차별하게 쏟아지는 태양빛도 견딜 만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가끔 뒤를 돌아보며 그림 같은 해안절벽 풍경을 가슴에 담는다. 드디어 희망봉 표지가 보인다.

희망봉은 봉우리라고 하기엔 조금 무색한 돌 언덕이다. 희망봉이라는 표지판은 봉우리가 아닌 해안 평지에 있다. 희망봉 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 관광객들 줄이 엄청 길다. 디아스가 폭풍을 만나 도착했던 그곳이다.

짙은 운무가 가득 뒤덮은 테이블마운틴 정상 모습.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멋진 조망, 라이온스 헤드

라이온스 헤드는 금광이 있던 곳으로 패러글라이딩과 일몰 조망포인트로 유명하다. 라이온스 헤드까지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하이킹으로 다녀와야 한다. 라이온스 헤드 주차장에서 원점회귀를 해도 좋지만 케이프타운 3대 하이킹 코스 중의 하나인 시그널힐Signal Hill부터 라이온스 헤드까지 코스는 케이프타운의 도심풍경과 울퉁불퉁한 해안을 좀 더 가까이서 드라마틱하게 즐길 수 있다.

하이킹 코스는 시작만 산책길이고 중반부터는 돌길을 걷다가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해서 꽤 난이도가 있다. 라이온스 헤드로 가는 마지막 길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하이킹 거리는 약 5.5km로 길지는 않다. 라이온스 헤드의 높이는 669m. 트레일은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 해안을 바라볼 수 있는 조금은 아찔한 트레킹이지만 케이프타운을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코스라서 이곳을 여행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거리상 2시간이면 충분할 거라 예상했지만 라이온스 헤드 정상 부근의 등로가 바위구간이 많아서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간은 충분히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물론 식수도 준비해야 한다. 시그널힐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고, 정상에는 쉼터와 화장실,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매일 12시면 포를 쏜다고 하는데 케이프타운에 있으면서 포 소리는 듣지 못했다. 라이온스 헤드가 정면으로 나타나면서부터 길이 조금 험해지지만 더욱 멋진 조망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은빛 백사장이 펼쳐진 해안비치는 글렌비치Glen Beach와 캠스베이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라이온스 헤드 주차장에서 캠스베이까지 걸어도 좋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바위 절벽인 케이프 포인트는 희망곶은 물론 새파란 바다와 높은 절벽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쇠사슬과 스테플이 있는 구간이 나왔다. 이 구간을 지나는 이들 모두 살짝 긴장을 한다. '안전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쓰여 있다. 갑자기 자이언캐니언의 더 내로우 트레킹이 생각난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양방향 통행이 어려운 구간을 지나니 조금 긴장이 풀린다. 어제 다녀온 테이블마운틴은 구름 이불을 쓰고 있다. 아마 지금은 만찬시간인가보다. 케이블카도 운행하지 않는다. 어제 다녀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쉬엄쉬엄 조망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에 도착하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테이블마운틴보다 조금 더 가까이서 바라보는 광활한 바다 풍경은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하산할 때는 바람이 너무 심해서 더욱 조심스럽다. 정상을 오르며 보았던 캠스베이가 가까이 다가온다. 라이온스 헤드 주차장에 도착. 이곳에서 하이킹을 마쳐도 되지만 라이온스 헤드 주차장을 지나서 캠스베이로 향한다. 2km 정도의 숲속 오솔길이서 소풍 가듯 여유롭게 걷는다. 캠스베이는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휴양지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은빛 모래사장. 물도 깊지 않아서 아이들과 물놀이하기에도 그만이다. 뒤편에는 테이블마운틴, 옆으로는 라이온스 헤드, 앞으로는 에머메랄드빛 바다가 있는 캠스베이. 케이프타운 여행을 계획한다면 하루 정도는 이곳에서 머물러도 좋다.

라이온스 헤드 트레일은 테이블마운틴을 조망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불리는 채프먼스 피크 드라이브는 593m 높이의 채프먼스 피크를 둘러싼 바위가 많은 해안선을 따라 양방향으로 숨 막히는 경치를 펼쳐낸다. 산비탈을 깎아 만든 이 도로는 산꼭대기에서 절벽을 따라 돌면서 코발트빛 대서양을 마음껏 즐기며 달릴 수 있다. 완공까지 7년이 소요되었고 1922년에 개통되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후트베이Hout Bay에서 시작해 채프먼스 피크까지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다가 내리막길로 들어서면 누르드획Noordhoek 해안까지는 은빛 모래사장의 숨 막히는 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누르드획 해안은 길고 넓은 모래사장이 단단해서 승마를 즐길 수 있는 해변이다.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일부 구간에는 개방형 터널이 설치되어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의 노역으로 절벽과 산비탈을 깎아서 도로를 만들 때 많은 복역수들이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아픈 역사의 이야기는 뒤로 묻히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도로가 되었다.

거친 아프리카에서 만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관광도시임을 제대로 실감한 여행지였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여행하기에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상보다 치안상태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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